강원도 영월(왕사남 스포조심, 단종앓이, 청룡포, 어수리나물밥 등)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무려 1,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하면서, 영화의 주 배경인 강원도 영월이 그야말로 '단종 앓이'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4월말)에 열린 영월 단종문화제는 영화의 인기 덕분에 유례없는 인파가 몰려 청령포 들어가는 배를 타는 데만 2시간씩 웨이팅이 걸릴 정도였다고 하죠.
배를 타고 건너는 거리는 아주 짧지만(약 2~3분), 배의 모양이 전통 뗏목인데 현대식 같드라고요.
바닥이 평평한 전통 배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모터선이라드라고요.
예전에는 실제로 사공이 노를 젓거나 줄을 당겨 건너는 뗏목 형태였던 적도 있어서, 영화 속 전통 뗏목의 정취와 현대적 편리함이 묘하게 섞여 있는 이동 수단입니다.
장항준 감독의 연출과 엄흥도 역의 유해진 배우, 어린 단종 역의 박지훈 배우 등의 열연이 만든 여운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지금도 많은 분이 영월을 찾고 있더라고요.
간단하게 영화를 스포해보자면,
역사가 다 기록하지 못한, 그러나 가장 뜨거웠던 인간의 '의리'와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권력의 잔혹한 소용돌이 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 영월의 깊은 오지로 유배당한 어린 왕 단종.
그리고 세상이 모두 그에게 등을 돌리고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눌 때, 홀로 그 소년을 품어 안은 영월의 호장 엄흥도.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행을 그립니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청령포라는 서강(西江)의 외딴섬에 갇힌 단종은 겨우 열일곱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청룡포가 있는 광천골 촌장 엄흥도는 소년 왕에게 따뜻한 어수리나물밥을 지어 올리고, 때로는 아비처럼, 때로는 충직한 신하처럼 소년의 시린 마음을 덮어줍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숨죽일 때, 오직 엄흥도만이 단종을 '버려진 유배객'이 아닌 '지켜야 할 나의 왕'으로 대우하며 차가운 유배지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러나 잔혹한 운명은 끝내 소년 왕을 가만두지 않았고, 단종은 사약을 받고 쓸쓸히 눈을 감습니다. 역적으로 몰린 왕의 시신은 서강에 버려져 누구도 거두지 못하게 장형의 엄벌령이 내려지지만, 엄흥도는 세상을 향해 외칩니다. "지 지조를 지켜 왕을 모시는 것이 도리이거늘, 어찌 내 목숨이 두려워 왕을 버리겠는가."
그는 자식들과 함께 몰래 강물에서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지게에 지고 야반도주하듯 눈 쌓인 영월의 산자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노루가 앉아 있던, 눈이 녹아내린 따뜻한 명당자리(지금의 장릉)에 왕을 남몰래 묻어두고 자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여기까지!!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1. 볼 거리
(1)청령포 (단종 유배지)
영화 속에서 어린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들어와 고립되었던 바로 그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섬 같은 곳입니다. 빽빽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단종이 머물던 '단종어소', 한양에 두고 온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망향탑', 그리고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다 보았다는 600년 된 소나무 '관음송'을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겹치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장릉 (단종의 능)
영화 속 의인 '엄흥도'가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몰래 거두어 묻었던 자리가 바로 이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데, 다른 조선 왕릉과 달리 평지가 아닌 가파른 산자락에 홀로 외롭게 있는 능의 모습이 비운의 왕 단종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절로 숙연해집니다. 인근 팔괴리에는 엄흥도의 묘도 있어 함께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관풍헌
청령포에 홍수가 나자 단종이 처소를 옮겨 머물다가, 결국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1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비극의 장소입니다.
(4)영월의 절경들 (선돌 & 한반도지형)
역사 유적 외에도 영월의 대표적인 절경인 70m 높이의 기암괴석 '선돌'과 서강 물줄기가 만들어낸 '한반도지형' 전망대도 영화 흥행 이후 관광객들이 필수로 들르는 코스가 되었습니다.
2. 먹을 거리
(1)어수리나물밥
영화 속에서 단종에게 바쳐졌던 나물입니다.
본래 이름은 '어누리'였으나 유배 온 단종에게 영월 백성들이 대접하면서 '임금에게 드리는 나물'이라는 뜻의 '어수리'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향이 아주 깊고 은은해 돌솥밥이나 죽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영월 내 피자집에서 한정판 '왕과 산나물 피자'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영월 서부시장 먹거리
영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입니다.
얇게 부쳐낸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메밀묵 등 소박하지만 중독성 있는 강원도 향토 음식을 시장 골목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3)영월의 국수들
영월은 척박한 땅에서 자라던 메밀과 옥수수, 칡으로 면을 만들어 먹던 '국수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구수한 칡국수나 독특한 이름의 꼴두국수도 별미로 꼽힙니다.
영화 속 단종과 엄흥도의 서사를 머리에 담고 영월의 강과 숲을 거닐어보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다가오는 특별한 여행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더 더워지기 전, 주말을 이용해 '단종 앓이'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월 어딜가나 단종, 단종, 단종입니다.ㅎㅎ 왕사남이 영월을 살립니다.
